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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적 생활

(새로썼슈!) 요즘 근황-취직일기, 애데렐라, 이중언어? 반반언어라도 괜찮아

안녕!

도대체 지난번에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작성한 걸 올리자 글도 없이 사진 5개만 올라가고 아무 것도 없이 날아가버린 것이었습니다......흑흑 다시 심기일전해 영혼을 끌어모아 써보는 요즘 근황이올씨다! 

 

7월이 벌써 1주일밖에 안남았고 우오아 언제 오려나 싶던 신입 오리엔테이션이 다음주, 그러고나면 출근이 시작된다 으아아아

 

 

마지막으로 글 작성한 이후로 학군 오피스에서 전화가 와서 HR을 방문해서 급여 등등을 확인하고 신분확인도 하고 나서 관할 경찰서에 가서 당일 바로 직원증을 받았다. 이 걸 담당하는 방이 따로 있어서 웅장한 책상 너머에서 경찰아저씨가 사진을 찍어주니 아무래도 어색했는지 처음 찍은 사진은 애들이 보면 무서워할 거 같은 얼굴이라 한번 더 찍어달라 해서 웃으면서 찍었다. 음 과하게 웃는다 싶어야 이정도 나오는구먼 ㅋ

그리고 나서 며칠 후에는 학군 IT팀에서 전화가 와 교직원 이메일과 여러 직원사이트 로그인을 열어주고 노트북을 배정해주었다. 내가 일할 학교에 가서 IT 담당 아저씨와 만나 노트북을 픽업하고 이런저런 프로그램 사용법을 배웠는데 아저씨가 친절하고 수다도 많으셔서 같이 교실도 구경하고 학교 한바퀴 돌면서 투어도 하고 한참 얘기하느라 막상 배운건 다 까먹었지만 닥치면 어떻게든 하겠지!

직원 이메일은 너무나 내 이름이 퍼스트네임.라스트네임@학군 도메인 으로 적나라한 풀네임이 다 나와버려서.. 당황쓰.... 이 이름과 성의 조합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이름인데 진심.. 나밖에 없는데.. 죄 지으면 안된다.......

 

 

그리고 뭔 온라인 트레이닝은 이렇게 많은지...... 돈두 안주면서.... 몇 시간이야 이게....

이제 다음주는 일할 학교에서 신입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한다. 아마 몇살 반을 맡을지 어느 선생님과 일할지도 알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아~ 궁금하고 떨린다. 3살반은 오전반 오후반 두 반을 봐야하고 4살반은 종일반인데 아이가 많으니 3살반이 더 정신없겠지만 한 활동을 오전 오후 반복하니 시간이 잘 갈 것 같은.. 장단이 있을 것 같다. 마스크가 더이상 의무사항이 아니라서 그것이 가장 걱정이다.. 나비도 학교 등교해야하고 나도 일을 하니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데 나만 조심한다고 되는게 아니고 또 마스크 고집하는 사람이 오히려 눈에 띄는 상황이 되어가는 게 좀.. 많이 싫다.

 

요즘 정말 너무너무 바빴는데 그 이유는 나비가 방학이라 집에 있는데다가 내가 마지막 학기를 단기에 끝내느라 몰아서 할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나비를 집에만 둘 수 없으니 미술캠프에 몇 주 보냈는데 집에서 거리가 있어 근처에서 기다려서 데리고 오고 하다보니 기진맥진 했었다.

 

 

원래도 다녔던 미술관의 아트 클래스에 올여름은 4주를 등록했었다.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아예 캠프 자체를 열지 않았었는데 올해는 마스크 필수, 외부인 건물 출입금지로 해서 운영한다 하여 조금은 안심. 한 세션이 월-금 하루 3시간인데 연달아 쭉 가는 건 불안해서 1~2주 간격을 띄워 등록해서 보냈다. 드랍오프, 픽업은 무조건 이렇게 드라이브 스루로 해서 외부인이 스탭과 학생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했다. 마스크 쓰고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로 체온을 재고 괜찮으면 내려서 자기 반 줄로 가서 선다. 기다릴 때 아이들 이렇게 서서 엄마 기다리고 있는 거 보면 아무리 큰 애들도 다 아기처럼 보인다. 나비가 줄 서서 기다릴 때 모습은 볼 때마다 찡해서 사진을 종종 찍는다.

 

 

끝나면 이렇게 만들고 그린 것들을 한보따리 들고 온다 ㅎㅎ

 

 

미술관 근처에 카페가 생겼는데 이 근처에는 유일한 지상 카페라 그런지 늘 버글버글.. 처음엔 여기서 공부하며 나비를 기다렸는데 사람이 많고 시끄러우니 그냥 앉아만 있어도 진이 쪼옥 빠져서 집에 오면 너무너무 피곤해서 뭘 할 수가 없었다 ㅠ

 

 

그래도 나의 카페 친구 나비를 데려와 에클레어라도 사주고 싶었는데 주문하려면 매장을 빙 돌아 줄을 서야 할 정도인데다가 커피도 너무 맛이 없고 디저트들도 좀 공장삘?이 나서 아이를 데리고 줄서기까지 하고 싶진 않아서- 나도 첫 3일 정도 다니다가 다른 곳으로 옮겼다.

 

 

여기로.. ㅎㅎ 이반 아지트인데 별 거 없다. 오래된 세탁소를 개조한 것 같은 커피숍인데 요즘 미국은 좀 이런 무심하고 안꾸민 곳이 유행.. 아 생각해보니 어디든 그런 것 같네. 도대체 목장처럼 울타리는 왜 쳤는가 모르겠다. 울타리 안쪽은 바닥에 인조잔디도 깔려있다. 사람이 많지 않고 대부분이 혼자 와서 공부하는 분위기라 조용하고 커피가 아주 맛있다. 차이라떼도 정말 장인정신으로 만들어 준다. 여기서는 3시간 내내 공부해도 푹 쉬다가는 느낌이라 매일매일 애용했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세번째 사진의 원피스는 ㅋㅋ 린넨 소재 원피스인데 그냥 드라이어에 돌렸더니 좀 줄었다. 그래도 맞으니까 그냥 입었는데 나비가 "엄마 이거 어렸을 때 입던 옷이야?" 라고 해서 빵 터짐.. 나비에겐 어렸을 때 = 몸이 더 작았을 때 ㅋㅋㅋㅋ

나비야 엄마는 20년 전에도 지금이랑 똑같았어ㅋㅋ 최소 25년동안 안 컸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 괜히 피부에 뭐 하지 마십쇼.. 기계로 하는 마이크로니들링 두어번 하고 나서 피부가 극초예민해져 자외선을 쬐면 너무 아플 정도가 됐고 피부가 얇아져 잔주름이 생기기 시작해서 겉잡을 수 없게 되었다. 기미도 장난 아님 휴.. 울엄마 정원일 할 때 쓰는 아이템들을 한국에서 사와서 운전할 때 쓰니까 좀 낫다. 보기 흉해도 어쩔 수 없다. 대신 운전을 좀 더 매끄럽게 하려고 신경을 쓴다.. 운전 못하면 얘 누구냐 하고 들여다볼텐데 이러고 있으면 좀.. 너무 스테레오타입을 컨펌 하는거 같애서 ㅋ (미국에는 동양 여자들이 운전을 못한다는 스테레오타입이 있는데 -사실인 면도 있지만서도- 거기에 더해 썬캡, 마스크, 장갑 등 자외선 차단한다고 괴상하게 하고 다니는 것도 놀림 대상이라서.. 이러고 다니면서 운전까지 못하면 너무 눈에 띄니까 ㅎㅎ)

 

 

미술관 근처에는 Shake Shack도 있어서 나비랑 점심을 먹기도 좋았다. 다닐 땐 매일같이 30분 운전해 가는게 그리 멀고 귀찮고 힘들더니(집에 올 땐 차막혀서 40분 정도..) 지나고 나니 그립네! 많이 좀 데리고 나갈걸 내가 바빠서 못한게 이제사 후회가 되네.. 나비는 남은 방학동안은 이반이랑 불가리아에 가기로 해서 마지막 4번째 세션은 취소했다.

 

나비가 제일 기대했던 건 패션디자인 캠프였는데 이렇게 어린 애들을 뭘 가르치나 했더니 글쎄 재봉틀 사용법을 배워왔다! 생각해보면 내가 처음 재봉틀을 배운 것도 나비 나이 정도에 아빠가 골동품 싱가 미싱(아빠 수집품 ㅋ)을 집에 들이시면서였다. 페달을 놀리면 가죽줄로 연결된 커다란 쇠 물레가 돌아가는 사람 세 명이서도 못 들만큼 무거운 그 미싱으로 재봉틀의 원리와 실꿰는 법, 북실 감는 법 등등을 배워서 이것저것 만들어보곤 했었다. 전기재봉틀은 재봉틀과 내가 하나 된 것 같은! 그 느낌이 안 난다. 여튼,

 

 

나비가 자투리시간에 선물을 만들었다며 이걸 줬다.

 

아니 일자박기를 해서 이런 걸 만들었다니 신통방통하지 않은가? 이게 뭐인고 하니

 

"엄마 선물 안에 아빠 선물이 들어있는 선물 안의 선물"이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전지갑이라고 ㅋㅋㅋㅋ

근데 막상 선물 받은 이반은 나한테 조심스럽게 일본말로(나비가 못알아듣길 바랄 때 사용하는 우리의 비밀 언어) "고레 나니? 엄마 시타기? (이거 뭐야? 엄마 속옷?)"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하루는 수업 끝나고 미술관에 Ernesto Neto 전시를 보러 갔다.

 

 

직접 설치물 안에 들어가 걸어볼 수 있는 SunForceOceanLife 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공중에 매달려있기 때문에 엄청 흔들리는데 멀미가 나서 혼났다. 직원이 처음 입장할 때 혹시 편두통 같은 것 없냐고 묻길래 남들 있는 만큼은 있는디.. 왜 묻냐? 했더니 어떤 관객이 쓰러진 적이 있다고 했다. 설마 난 괜찮겠지 했는데 역시 집안에서 유명한 최강멀미를 자랑하는 나답게.. 뒤집힌 속이 몇 시간을 갔다.

 

 

입장하려면 양말 필수! 나비는 아주 재미있어 했다. 음 사실 보는거보다 안에 들어갔을 때 느낌이 기대이상이었다. 제목에서 말하는 게 다 느껴지는.. 땅과 수평으로 굵게 뻗다 하늘로 올라가는 남부의 아름드리 나무, 작렬하는 태양, 물 속의 수초들이 연상되고 미로같은 길을 따라 걷다보면 내가 물고기가 되어 천적을 향해 숨었다가 한 숨 돌리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작가가 의도한 게 뭔지는 몰라도. 겉으로 볼 때 그냥 그물에 플라스틱 공 엮어 매달아놓은 거대한 흉물이라는 인상인데 경험은 또 달랐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 체리. 체리 철에는 정말 이렇게 체리를 먹어도 건강에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먹는다;; 요즘은 거의 시즌이 끝나가는 중이라 450g에 1불 40전 정도.. 1kg에 4천원쯤? 오밤중에도 체리 셔틀이라면 기꺼이 다녀와주는 이반.. 이 날은 8kg 정도 사왔다 ㅋㅋㅋㅋ 하루에 2kg는 거뜬히 먹음.. 체리 시즌엔 저탄수 안하긩

 

 

올 여름은 비가 얼마나 많이 자주 오는지 매일매일 최소 한 번은 스콜이 퍼붓고 간다. 옆집 프렌치가 물려준 비옷을 소매 둘둘 접어 미스티 입혀보니 대충 맞아서 품 남는건 나비 머리방울로 대충 꽁다리 묶어주고 산책 시켰다. 바쁜거 끝나면 재봉틀 꺼내서 미스티 옷으로 만들어줘야지. 귀여워 ㅋㅋ

 

 

작년 겨울? 한국에 있을 때부터 나비에게 일기쓰기를 시켰는데 가끔 귀찮다, 쓸 게 없다고 하기도 한다. 이 날도 그러길래 지겹지 않게 좀 다른 스타일로 써보라고 했더니 이렇게 써보니까 재밌더란다. 엄마의 중요한 일 뭔데 ㅋㅋ 부엌 정리 이상하게 한거 뭔데!

 

 

주로 자기 전에 뭘 잔뜩 써놓고 잔다. 개한테 편지고 쓰고 다음날 계획표도 짜고(지키진 않음) 좋아하는 책 목록, 크리스마스 선물 리스트, 내년 생일파티 계획;; 등등.. 그리고 엄마에게 불만사항도 접수하고 ㅋㅋ 자려고 들어가니 내 베개 위에 놓여있던 쪽지.

 

 

사야하는 것들은 그렇다 치고 그 이유가 너무 웃기다. 그냥 좋아서! 맛있어서! ㅋㅋㅋㅋㅋㅋ 불가리아까지 가서 왜 '잠깐' 바깥냄새 맡냐, 종일 맡고 있어야지! 아유 나도 가고싶다. 코앞이 해수욕장이고 맛있는 거 많고 산에 있는 별장 가면 또 너무 힐링이고. 나도 가고싶다.. ㅠㅠ 건강하게 즐겁게 다녀오길.. 나랑 떨어져있는 건 제일 긴 게 재작년 가을에 내가 혼자 파리 가느라 한 11일 정도 떨어져있었던 게 기록인데 처음으로 한 달이나 아빠랑 둘이만 집을 떠나네.. 공항에 데려다주고 올 때 얼마나 쓸쓸할지. 이반이 매번 우리가 떠나면 어떤 기분이었을지 조금은 느껴보겠네.

 

나비가 이만큼 한글을 쓰는 것이 너무 대단한 것 같아 맞춤법을 굳이 고쳐주지 않는다. 틀린게 너무 귀엽기도 하고.. ㅎㅎ 무엇보다 글과 말의 어휘가 일치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인 것 같다. 작년에 코로나로 한국 학교들이 개학을 6월이 되어서야 했기 때문에 6월부터 학교에 다닌 나비 역시 한국에서 1학년을 거의 1주일 정도만 빠지고 1년 과정을 다 다녔는데 반에서도 읽고 쓰는 것은 나비가 1등이었다. 좀 힘들겠지만 꼭 유지했으면 좋겠다. 말은 뭐.. '흔한 남매'와 '밍꼬발랄'의 애청자이기 때문에 말투는 이미 한국 중딩-.- 요즘엔 카드캡터 체리, 세일러문을 일본어 음성에 영어 자막으로 본다. 요즘 아이들은 참 언어 배우기 좋겠다.

사실 나비의 제1언어, 모국어는 한국어다. 혼잣말로 숫자세기, 혹은 깜짝 놀랐을 때 튀어나오는 말, 잠꼬대.. 가 대부분 한국어다. 이중언어 아이들은 두 언어를 모두 네이티브같은 수준으로 유창하게 할 순 없다고 한다. 하지만 모국어만 평생 쓰고 사는 사람도 어휘력이나 언변이 떨어지는 사람 솔직히 너무 많으니까. 그런 비교가 무슨 소용이 있나. 나나 이반이나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이 아니라서 아이가 영어를 네이티브처럼 못해도 전혀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학교 다니고 취미생활 하고 남과 소통하는 데 충분한 정도면 되고, 필요하면 성인이 되어서 더 배워도 되고. 

 

 

이제 졸업까지 3주도 안남았다.. 졸업식이 학기 끝나는 것 보다 먼저라서 다음주인데 코로나때문에 참석 안하기로 결정. 나 뭔데 숨마 쿰 라우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졸업식에서 최고영예 졸업자로 호명될거란다. 경사났네.. 홍정욱 났네.... 

 

 

밤에 디카페인으로 이반 만들어줌 ㅋ

아.. 지겨워....... 작년에 편입한 후 한 학기에 6~7과목씩 들어서 1년 남짓만에 졸업을 하게 되었으니 정말 쉬지 않고 몰아친 기분.. 나비한테 화도 많이 내고. 엄마 컴퓨터 붙잡고 있을 땐 제발 와서 말걸지 말라궈! 함서 ㅠㅠ 좀 휴식을 갖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대학원은.. 이것도 지원서만 내면 바로 가을에 시작인데(입학 어려운 데 아님요 게다가 모교) 시간을 좀 두고 생각해보려고 한다. 대신 교사 자격증 프로그램을 등록해서 슬렁슬렁 시험이나 봐볼까 하는 중. 안그래도 오늘 학교 관련 서류 받았다고 연락와서 프로그램에 등록이 완료됐다. 일 하면서 찬찬히 뭐가 더 나을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학교만 끝나면.. 비록 일은 시작하겠지만 숙제와 시험에 시달리지만 않게 되면 마음 한가로이 읽고싶은 책 사둔 게 한가득이다. 이제 얼마 안남았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