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이 자자했던 미국 남부 한파를 호되게 겪고(정전중에 영상 올린 것은 여기로) 정신차려보니 집앞 귤나무와 화초들이 다 얼어죽었다. Foxtail이라고 이반이 좋아하는 귀여운 애들도 작년 12월쯤 심었는데 두어달도 못 살고 죽었다. 애초에 이불을 덮어도 강추위에 살 수가 없는 종이었다.
아직도 나비 학교는 정상복귀를 못했다- 학생과 선생님들 가정 뿐 아니라 학교 및 기관 건물들도 피해가 많았기 때문이다. 아직도 물이 안 나오는 집들도 많다고 한다. 정전은 텍사스 주 내의 문제였지만(주로 석유에너지로 전기를 발전하고 공급하는데 너무 춥고 추위에 대비가 안 된 지역이라 가스가 얼어버리니 전기 공급에도 차질이 생긴 것이란다) 물 문제가 개인들에겐 더 피해가 컸는데 수도관 부분부분이 얼고 그 수압을 이기지 못해 집 안 천장에서 터져버려 온 집안이 그 추위에 난방도 없는 채로 물바다가 된 집들이 너무도 많다. 우리 동네에도 몇몇 집은 정전중에 집을 비우고 난방이 있는 곳으로 피난을 갔지만 메인 수도관을 잠그지 않고 가는 바람에 집안에서 물이 터져 도로까지 물이 콸콸 터져 빙판이 지고 다른 이웃들이 가서 잠가주기도 하고 뭐 하여간 이보다 더 심한 사례도 많이 들었다. 허리케인 하비 때도 우리집, 우리동네는 기적의 섬처럼 잘 버텨주었는데 대체로는 큰 탈 없이 지나갔고 우리집은 얼어버린 화초들과 며칠간의 정전 말고는 별 문제가 없었다. 아마 지난 1~2년 사이에 파이프도 다 갈고 여러가지 손을 봐놓아서 피해가 더 없었던 것 같다. 감사한 일이다. 나비가 아직 어려 천지모르고 모든지 즐거워하는 나이라서 여러가지가 수월하게 지나가는 편이라(학교 못가도 공부가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든가, 우리랑 같이 있기만 하면 정전이든 집안 캠핑이든 아직은 다 즐거운...) 가슴 쓸어내린다..
추위는 며칠 그러더니 다시 예년 기온이 되었고 이제 밤에 마당에 앉아있을 때 여름밤 냄새가 난다. 겨울에도 기회만 있으면 모기밥이 되는 나는 이제 본격적으로 모기향을 피운다 아하하.... 밖에 종일 앉아있기 정말 좋은 기온이다.
세 식구가 일주일 내내 24시간 붙어있는 경험은 실보다 득이 많은 느낌. 이반이 출근과 출장이 당연했던 시절엔 내내 붙어있어야 하는 주말이나 연휴가 어찌나 힘들던지(어디 여행 안가고 집에만 있는 연휴는 너무 싫었어 증말.....) 딱히 특별나게 해줄 것이 없어도 신경이 쓰이고 주말엔 나비에게 좀 평소와 다른 걸 해주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도 있었다 싶다. 그런데 이제 평일, 주말 구분이 없이 지내게 되니까 오히려 내가 마음이 편하다. 코로나 상황 탓에 아이의 기대도 적어서 더 그런 것도 있겠지만. 내가 아무때나 잠깐씩 혼자 나가서 볼일을 봐도 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자유로운 기분이랄까 -나가서 놀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아이를 꼭 데리고 나가지 않아도 되고 나 없이도 이반이 먹이고 입히고 다 해줄 수 있다는 자체가 이렇게 편할 줄이야.. 남편이 재택근무를 평생 하는 생활이어도 이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침에 커피 한 잔 같이 하고, 각자 할 일 하면서 오전 보내고, 점심 함께 먹고, 또 오후 일과를 해나간 뒤 오후 4시 정도면 이반 일도 거의 마무리되어 나비랑 산책도 가고 운동도 하고 하면서 보내는데 길에 낭비하는 출퇴근 시간이 절약되고 잦은 해외출장을 가지 않으니까 하 정말 밖보다 안에 집중되는 시간으로 왠지 가족이라는 덩어리가 충전되는 느낌. 가족여행 가면 새록새록 느끼던 채워짐의 기분을 일상에서 느끼고 있달까, 참 어떤 상황에도 어딘가에 새어들어오는 빛은 있나보다.
이반이 우리 모습을 이렇게 완전 남이 찍은 것처럼 본 건 생전 처음이라 특별하고 재미나다고 한다. 이반 예전 직장 동료가 홍콩 본국으로 돌아가서 이 카메라 회사에서 일한단다. 원래는 시큐리티 카메라 전문 업체인 것 같은데 어쩌다 타임랩스도 발매를 했나보다. 이런게 있는지도 몰랐고 왜 필요한지도 몰랐는데 아주 장시간(일 단위로도 가능) 촬영으로 거리나 실내 전체 혹은 특정한 실내외 이벤트를 타임랩스로 찍는다면 개개인이 현장에서 찍는 사진이나 영상과 더불어 특별한 현장스케치가 될 것 같다. 나비 생일파티라든가 친구들 초대해 디너 하던 때라던가 이 카메라가 있었더라면 아주 좋은 추억이 되었을 듯 하다. 이렇게 저렇게 활용할 데가 은근히 많을 것 같다. 게다가 화질도 너무 좋아서 깜놀! 로고 없애는 건 아직 매뉴얼을 안봐서 모르겠고 ^^;
겨우겨우 이번 학기 공부하는 과목들의 감을 잡아서 그럭저럭 스케줄 맞춰 해나가고 있다. 통계는 외국어같다, 전체 맥락과 이걸 왜 하는가? 왜 필요한가? 를 계속 되뇌이지 않으면 수알못인 나는 완전히 길을 잃어버린다.. 마치 음 아랍어로 된 베이킹 영상을 보며 따라하는 느낌- 내가 알고있는 상식을 총동원하면 말은 몰라도 대략의 흐름은 알 수 있지만 막상 재료명이나 상세 과정을 언어로 알아듣지는 못하는 수준............... 조금만 힘내자 통계수업은 이번달이면 끝난다 ㅠㅠㅠㅠㅠㅠ 다음학기엔 더 어려운 통계가 있지만 앍
여튼 공부에 시간 다 뺏겨 눈치없이 시도때도 없이 엄마 찾는 어린애한테는 종일 짜증내고 혼내고 재미로 시작한 유튜브는 하고싶은데 뭘 찍지도 못해서 욕심껏 즐기지도 못하고 머 암튼 그렇게 시간은 가고 나는 어쨌거나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기는... 하니까..... 놀면 뭐하나...... 그냥 나비한테 미안하고 늘 죄스런 마음만 들지만 조금 더 시간활용을 현명하게 하고 자투리 시간에 잠깐이라도 집중해서 사랑을 주는 마음의 스위치 전환을 많이많이 연습해야겠다.
어느새 3월! 껄껄껄
어쨌든 시간을 흐르고 계절은 바뀌고 일상은 소중하고 또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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