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레노베이션이 거의 끝나간다. 그래서 예전 사진들을 꺼내보며 어떻게 변해왔는지 비교해보려 했더니 변한 것은 그 안에서 쑥쑥 무럭무럭 자란 우리 나비 뿐이네. 마음이 울컥한다. 사진이 있어서 너무 감사해..
집은 두어달 전에 샀지만 이사를 들어온 것은 딱 6년 전 12월 초였다.
이 해 가을과 겨울은 15분 거리인 예전 집에서 18개월쯤 된 나비를 내 큐브 뒤에 태우고 Music Together CD를 틀고 비어있는 새 집을 매일같이 오가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낚시 의자를 갖다놓고 이것저것 길이를 재기도 하고 배달 오는 것들을 받기도 하고 납페인트 검사라든가 이것 저것 일 하러 오는 사람들을 맞이하러도 가있고.
어야쟁이랑 마당에서도 많이 놀았다. 나비 이유식이랑 간식을 챙겨서 한나절 다녀오는 것이 하루 일과여서 지금도 그 때 들었던 씨디를 틀면 자동으로 이 때 기억이 자동 소환된다.
나비 낮잠 재워놓고(베이비 모니터 켜두고) 이삿짐 정리 정리. 이것은 한달 후 나의 미래이기도..........
구조상 이렇게 탁 트인 전경이 없었던 예전 집에서 처음으로 사방팔방이 다 보이는 코너 주택으로 이사를 오니 나비는 정말 정말 너무 좋아해서 늘 창틀에 올라앉아 놀았다. 짐도 없고 가구도 아직 새로 사지 않았을 때라 아예 식탁을 창가에 바짝 붙여서 둘이 나란히 앉아 동요 씨디 틀어두고 바깥 구경 하면서 밥 먹고 간식 먹고 했다.
맞은편 보이는 집 아저씨는 알아주는 자전거 광으로 나비가 만 세 돌도 되기 전에 두발자전거를 탈 수 있게 가르쳐주셨다. 몇년 전에 지병인 당뇨로 어느날 갑자기 양 발을 절단하고 나타나셔서 나를 엄청 놀래켰는데 한동안 건강해보이셨지만 결국 합병증인 심장 탈락으로 얼마 못가 돌아가셨다. 아저씨가 돌아가시니 아줌마는 친정이 있는 몬타나로, 아들은 여자친구와 다른 동네로, 딸은 남자친구와 루이지애나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 모습을 보는 게 무척 쓸쓸했다. 나는 나중에 혼자 남는다면 어디로 갈까?
아 이 퐈려한 면 잠옷은 아마존에서 구입한 한국회사 제품!! 한국에서 배송해줘서 매 년 몇 벌씩 사서 잘 입혔다. 미국 것보다 면도 너무 톡톡하고 엉덩이도 입체재단 되어있고! Vaenait Baby 라고 알고보니 한국에 있는 친구도 자주 사입혔었다고 한다.
열심히 돌아가는 오븐과 스뎅 볼의 존재에 주목해주세요. 우리 집에서 제일 바쁜 애들이거든요.
요맘 때는 나비가 돌 카운터탑(상판) 높이와 키가 비슷해서 튀어나온 카운터탑 모서리에 머리를 자주 꽁 박곤 했다.
둘 다 표정 뭐임?
카운터탑 밑에서 발발거리던 녀석이 이렇게나 많이 컸다. 사실 이게 1년도 더 된 사진이니 지금은 10cm 이상 더 컸지.
이제 이 주방은 바닥만 남고 흔적없이 사라졌다. 새 주방이 다음주쯤엔 완성되어 우리를 기다릴텐데, 왠지 시원섭섭에서 섭섭이 많이 크다.
전 주인의 꽃 커튼 엄청났다..
내가 너무너무너무 싫어했던 구리구리한 컬러의 백스플래쉬(타일) 그리고 카운터탑은 이제 없다.
(의외로 저 괴랄한 아보카도색 + 빈티지 느낌 내려고 허접하게 긁어놓은 페인트엔 관대했던 1인)
오늘 싱크대 손잡이를 주문해서 집으로 보냈다. 이제 집 전체 마루 시공 이번주 시작.
주방 구조를 옆으로 다 터 버렸고 맞은 편 거실과 연결되는 부분도 확 터버려서 이제 우리가 매일같이 뭉개던 노란 브렉퍼스트룸은 더이상 어디에도 없다. 나비와 내가 열심히 쿠키 굽던 오븐도 안녕, 늘 바쁘게 지지고 볶던 스토브도 안녕. 우리의 도란도란 따뜻했던 브렉퍼스트 룸, 고마웠어. 이렇게 사진으로 더는 없는 장소를 추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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