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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적 생활

만으로 40, 취업 준비중

사실 결심한 게 있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 

 

지금 전공은 심리학이지만 사실 그건 좀 돌아가는 길이었고 원래 시작을 하게 된 계기는 다른 데 있었다. 공립학교 한국어 교사를 해보라고 일하던 한국어학교에서 권하셔서(아 웬 한국어학교?) 일단 주정부 교사자격증을 따라 하셔서 그럼 그럴까? 하고 보다보니 미국에서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보니 지름길만 택하기엔 나 스스로 떳떳치 않은 마음에서 오는 불편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았다. 좀 돌아가더라도 정석으로 가는 게 나중을 위해 나을 것 같아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현지 대학을 다니자고 시작했는데, 교육학을 전공해서 교사자격증을 받으며 졸업을 하는 방법이 있었지만 그 때는 특히 나비가 어려서 아이를 돌보며 대부분이 오프라인 수업인 교육학 전공 필수 과목을 도저히 들을 수가 없었고 또 이왕 돈들여 시간들여 다닐거면 내가 늘 공부하고 싶던 분야를 공부해봐야겠다 하다보니 심리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 조금 더 설명하자면 영어공부 차원에서 대학교 처음 등록했던 건 2012년이었지만 하필 첫 학기에 임신 초기에 입원하고 고생하느라, 또 애 낳고서는 육아하느라 쏙 빠져서 + 또 뭘 공부냐 싶어 다 때려쳤다가, 나비가 프리스쿨 다니며 여유가 조금 생겼을 때 나 개인적인 관심으로 한국의 교육기관에서 한국어교원 양성과정을 공부를 했는데 그 후 우연한 계기로 비한국인을 가르치는 한국어학교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위에 쓴 연유로 다시 복학하고, 또 다른 대학교로 편입하고.. 하다보니 대학에 등록했던 첫학기로부터 장장 9년만인 올해 졸업하는 길고 긴 여정이 된 것이다.

 

평생의 숙원이었던 심리학 공부를 하게 되니, 또 원래도 학교 다니는게 취미인(-_-?) 사람이니 마흔줄에도 얼마나 공부가 재미난지. 어찌저찌 올해 말이면 졸업인데, 사실 여름학기만으로 끝내버릴 수도 있었는데 하필 필수과목 하나가 가을학기에만 개설이 되어서 여름에 들을 수가 없어 연말까지 미뤄지게 되었다. 오늘 마지막 남은 교양 선택을 들으려고 여름학기 등록하며 보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수업을 들었던지 더이상 내 전공관련 수업 중에는 교양으로 들을 게 남아있지 않았다. 괜한 커뮤니케이션 과목 하나를 신청하곤 아 이렇게 학교와도 헤어질 날이 다가오는구나 실감이 났네. 애 키우는 전업주부로 산 30대의 일부를 솔솔 뿌려 넣은 시간들.

 

그런데 사람 일이 또.. 한국어학교가 교장 개인 사정으로 갑자기 문을 닫게 되고 또 한국 교육청에서 파견나와 몇 년간 우리 주 공립학교에 한국어수업을 외국어 선택 과목으로 개설하려고 공을 들이던 담당 관계자가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면서 전만큼 힘을 쏟고있지 않아 한국어 과정이 정식으로 개설됐던 학교에서마저 철수되는 등의 변화도 있었고, 나 역시 지난 몇 년간 성인 위주의 한국어 튜터로 일하다보니(한국어학교와 별개로 개인교습을 많이 했슴다) 좀 더 뭐랄까 나의 활용을 확장시키고 싶은? 욕심도 생기고 해서 대학원에서 더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이다.... 듣고보니 갑분대학원 아니죠....?

 

대학원 전공은 특수교육과 ESL/TESOL과정 중에 하나를 선택하려고 하는데 아직 고민중이다. 심리학과도 관계가 있는 특수교육은 가족의 상황 때문에 더 공부하고 싶던 분야이기도 하고 어쩌다 통역 알바를 공립학군 내의 특수교육 기관에서 자폐아동 검사하는 데로 나가게 되면서 미국 공립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특수교육에 감명을 받기도 했기 때문에 화아악 끌린 분야. (으아니 통역까지? 그 새 참 열심히도 산거 같네요; 지금은 통역 안합니다 워낙 민감한 사안에 통역자로 나서기엔 많이 부족한 것 같아서 ㅎㅎ) 그러나.. 공부는 공부지만 과연 스트레스 조절 못하는 나같은 인간이 감히 발을 들일 분야인가에 대한 의심이 아주 많이 들어 망설여진다.

ESL/TESOL은 언어교육에 워낙 관심이 있는데다가 다중언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더 접해보고 싶고 또 언어를 가르치는 것에는 소질도 자신도 있기 때문에 한국어-영어 교습을 뒤집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서, 또 아시아에 가서 살고싶으니까 활용도 면에서 좀 더 나에겐 현실적인 것 같기도 하고.. 게다가 나역시 인생이 외국어 배우며 서바이벌 하는 인생이니 그냥 이건 내 갈 길이 아닌가.....

 

내가 다니는 학교 대학원에 석사를 하면서 교사자격증을 딸 수 있는 아주 꿀같은 과정이 있고 또 위 전공들이 다 있어서 진학 자체는 문제가 아닌데, 아직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할지 경험이 없으니 감이 오지 않고 또 교사자격증을 위해서는 인턴쉽이나 교생 실습을 나가야 하는데 그러기 전에 미리 학교에 발을 들여놓으면 일하는 학교에서 실습을 할 수도 있고 여러모로 유리하기 때문에 대학원에 지원하기 전에 현장 경험을 위해 취업을 해야겠다는 결론. 

 

한 자 덧붙이자면 사실 대학원 생각은 하지 않던 코로나 터지기 전 딱 작년 이맘 때 비슷한 생각(그 때는 대학원이 아니라 교사자격증을 딸까 말까 고민 때문에)으로 지원한 나비네 학군에 보결교사로 채용이 돼서 오리엔테이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학군이 아예 채용이 현재까지 쭉 동결되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 난 학교 전공을 심리학으로 해 졸업을 앞당긴 셈이고, 대학원 갈 계획까지 생긴 것.

 

지금 내가 너무 일하고 싶은 학군에 채용 공고가 떴는데 학교A는 유아반 ESL 보조교사 자리고 학교 B는 자폐아동 서포트하는 프로그램의 보조교사. 그 외에도 학군 전체에서 뽑는 자리들도 있다. 아악! 벌써 떨리고 난리야. 솔직히 어디라도 되면 좋을 자리들이다. 다 좋은 학교들이고, 집에서도 가깝다. 이왕이면 학교 A가 제일 좋다. 꼬물꼬물한 프리스쿨 아이들 볼 생각 하면 너무 귀엽고.. 아이들 ESL 수업 하는거 옆에서 너무너무 보고싶고.. 아직 특수반은 조금 겁이 난다. 학교에 채용되면 나비를 전학 시켜서 같이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장점이 엄청 크다(교직원 자녀는 주소지 상관없이 전학 가능!). 갑자기 코로나고 뭐고 나는 나가서 일을! 일을 해야겠는 것이다......... 하 진짜 아이의 안전을 위해 가능한 한 온라인으로 학교 보내며 집에 데리고 있겠다더니 엄마가 참 이래가지고....

 

 

그래서 이번 주는 취업 지원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는 이야기.. 그래도 작년에 한 번 해봤기 때문에 인터뷰나 서류 등등 대체로 준비는 되어있다. 이달에 온라인으로 취업설명회도 한다고 하니 다 쑤시고 다닐거다. 나를! 나를 뽑아라!!!! 새학기 시작하기 전에 채용돼서 나비 전학 준비까지 마치고 같이 등교하게..

 

실은, 오랫동안 기다리던 일이 있는데, 아직도 눈앞에 벌어지지 않고 있다. 거기만 희망을 걸고 있다보니 현생에 충실하지 못했다. 곧 떠날텐데 뭐하러..? 하는 마음이 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러지 말고 현생은 현생대로 살면서 그 에너지로 희망을 키울 때가 된 것 같다. 원하던 일이 드디어 손에 잡혔을 때, 지금보다 준비돼있는 사람으로 이 곳을 떠나고 싶다, 막 아깝게. 떠나기 아깝게.. 왠지 그렇게 만들어 놓아야만 그 일이 이루어질 것만 같다. 공짜는 없는 법이니.

 

 

 

미국은 기회의 땅이라던데, 정말일까요?

지금부터 제 만 40살에 도전하는 취업 이야기를 솔직허니 기록해가겠으니 응원해주세요!

똑 떨어져도 떨어졌다고 쓰겄습니다.